자가격리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다행히 내게는 자가격리 걱정은 거의 없었다.
공항에서 자가격리 하는 곳이 어디냐고 해서 집에서 한다고 하니까 한국에 집이 있나요? 하고 갑자기 안 웃… 저희 집은 없지만… 어쨌든 자가 격리하는 곳도 있고 밖에 못 나가는 건? 실제 나오지 않는 것에 가깝다.
베란다 형식으로 옥상이 있으니까 여기는 나가도 되나? 궁금했지만 어차피 안 나왔어.
저 고기 불판에 빵 터졌어 (침착하게 아침식사 중)
밖에 안 나갔어요택시운전사가 14일간 자가격리하면 4kg 정도 찐다고 엄살을 떨었지만 역시 그 정도는 아니다.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을 백그라운드에 24시간 켜야 하는지 모르고 처음에는 자가진단 결과를 입력하고 전원을 껐더니 담당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와 계속 켜야 한다고 했다.
GPS가 24시간 달려 있어 배터리 소모가 심하고 휴대전화가 계속 미지근하다.
아이폰은 보안이 강해(?) 가끔 오류가 발생하면 앱을 켜거나 휴대전화를 켜라고 했는데 역시 일종의 유해 프로그램인가.택시 기사는 9시6시에 하라고 했지만 공무원은 10시8시에 하라고 해서 그냥 제멋대로 9시7시쯤으로 했다.
이를 시간에 맞춰 해야 했기에 아침에도 강제 기상이었다.
택시운전사의 투머치 인포메이션에서 체온계가 없을 경우 00.0도로 입력해 체온계 미수령이라고 쓰면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족들이 미리 체온계를 사놓고 사용하지는 않았다.
묻지는 않았지만 담당 공무원이 먼저 사진을 보내줘 13일 내로 도착하겠다고 한 물품과 쓰레기봉투와 체온계는 5일이나 지나서야 도착했다.
내 인내심이 바닥나 언제 오느냐고 물은 날이었다.
자가격리 사흘 만에 담당자가 바뀌었지만 아무래도 전임자가 가지 않고 사라진 것 같다.
돈으로 받을 수 있는 지역도 있다지만 남한 지역은 해당이 없는지 그런 얘기는 없었다.
돈으로 줬으면 서로 편하고 좋았을 텐데^^물건을 받아 보니 쓰레기를 종량제에 넣은 뒤 오렌지색 봉투에 넣는 것이 아니라 오렌지색에 넣은 뒤 종량제에 넣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내준 주황색 봉투가 2주 치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전부 담기에는 너무 작았다.
한 장만 보내 달라고 한 사람을 격리 체험시켜야 한다.
도중 보건소에서 자가격리에 정신적 어려움이 있으면 상담하겠다는 전화를 받지만 갑자기 큰 일 없느냐고 물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굳이 말하자면 자가격리 끝나고 먹는 게 걱정이에요.맨
극단적인 피상적인 생활
다시는 안 사게 된 다른 블로그를 보면 다들 한국인답게 자가격리 기간도 알찬 것 같은데… 저는… 음… 알찬… 1년 전에 만들어 놓은 미니어처도 드디어 완성을 해서… 오랜만에 한국어 종이책도 읽고… 영화도 2편 보고… 재밌게 포스트시즌도 즐기고… 파팡7 리마스터는… 너무 아껴서 반도 못했고… 이번 기회에 넷플릭스 시리즈 뭐 하나 보려고 했는데 너무 바빠서 (웃음?) 더 크라운 1화를 봤다.
그리고 자가 격리 이후를 계획해 티켓팅에 이어 티켓팅을 했으나 계속 취소됐고 티켓팅만 100번 하고 내 손에 남은 티켓은 0개였다.
근데 노는 건 진짜 놀아도 안 질려 맨날 놀기만 해요.
이런 돈 필요 없었어 네, 제 자리 돌려주세요격리가 끝날 때 다시 검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지역에 따라 다르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해제되는 날은 오늘 정오부터 밖에 나가도 되나요?라고 문자가 왔다.
너무 다행이다.
다시는 그 검사를 받고 싶지 않아.
직업이 없기 때문에 자가격리가 끝나도 특별히 외출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가족 행사가 있어서 운전을 하기 위해 잠시 같이 나갔다.
(오른쪽이 엑셀인가^^?)에서 엄마와 아들이 엄마에게 카카오톡으로 QR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을 들었지만 어차피 내 휴대폰에는 카카오톡이 없다.
네이버에서도 괜찮다고 해서 다행히 네이버 블로그를 쓸 테니까^^자신 있게 일단 나갔다.
영국은 저렇게 붙어있는 QR을 카메라로 찍으면 바로 연결되니까 비슷하다고 영국도 QR코드를 쓰는데 그냥 카메라로 QR을 찍으면 웹사이트에 연결되고 거기에다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은 반대로 자신이 나라는 QR을 들고 다니는 방식이었다.
영국도 NHS 앱을 이용하면 그런 식으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왜 카카오나 네이버에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역시 카카오는 국영기업이었나?어쨌든 가족을 기다려야 돼서 혼자 카페를 갔는데… 어쩌라는 설명도 없고 그냥 QR 찍는 곳 같은 정사각형만 있었어. 아주 황급히 고장이 난 채 몇 분 멈춰 있었지만 아무도 나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 맥도날드에서 처음 기계 주문을 했을 때보다 더 당황했다.
조금만 당황해도 You alright?라고 묻던 영국과 달리 역시 한국은 정글이다.
가게 입구마다 인간을 하나 세워놓고 체온을 재며 인원을 세고 손을 씻고 들어가느냐를 관리하던 영국과 달리 인간이 일자리를 잃었든 없든 남의 손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한국적인 모습!
그래서 그냥 옆에 손글씨로 쓰고 들어갔는데 지금 사진을 올리고 읽어보니 (…) 손을 씻고 쓰게 되어있네 근데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있지 않았다.
여기뿐만 아니라 입구에는 손 소독제가 없는 가게들이 많았다.
근데 이제보니 체온계도 구비되어있다고 적혀있네;;; 불과 1년밖에 안됐는데 카페에서 먹고사는거랑 포장이랑 가격차이가 없었는지 한참 망설였다.
테이블에 두고 가면 치우기 아까워서 카운터로 되돌려줬던 1년 전의 나는 이제 없어. 셀프 치우기가 귀찮아서 삐걱삐걱…한국 방식에 대한 불평불만이 가득해서 친구들에게 이럴 거면 그냥 손으로 쓰는 게 낫지 않느냐고 노인 같은 얘기를 했더니, 그 연락처를 보고 아르바이트생이 연락을 해 온 너무나 한국적인 뉴스를 상기시켜 주었다.
^^ 그렇다.
나는 이제 마음 편히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그 나라로 돌아온 것이다.
영국에서는 면적 기준으로 최대 입장 가능 인원이 있기 때문에 작은 매장은 최대 1명 혹은 2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여기는 그런 제한이 없나요? 다들 마스크를 잘 썼지만 매장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고 심지어 피할 충분한 공간이 있는 상황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둔다는 정책의 이름에 걸맞게 아무도 나와 거리를 두려 하지 않고 자신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도, 좀더 개인 공간을 지켜 주었으면 좋겠는데, 마음속으로 외치며 걸었던 런던에서는 보도가 좁아서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면 길을 건너 길을 열어 주고 서로 먼저 지나가도록 기다려 주곤 했지만…ㅜㅜ 역시 한국은 정글이다.
아무리 마스크만 잘 쓰면 전염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래도 무서웠다.
영국은 마스크만 절대 안 쓴다고 한국은 마스크 빼고 다른 건 다 놔둔 것 같아.런던에 있을 때만 해도 어차피 혼자 걸려도 안 되거나 운이 나쁘면 아플수록 병들고 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가족을 위해 내가 옮겨올까 봐 결국 자가격리가 끝나도 록다운에 걸린 런던처럼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근데 한국에서는 나만 불안한지 나만 빼고 다 일상생활을 평범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 사실 하루 2만 명의 장소에 있고 200명의 장소에 오면 매우 안전할 줄 알았는데 거리에서 본 젊은 사람들은 모두 느슨해 보이고 확정자 수는 늘어나기만 하고 전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 자신의 거리를 두는 기준과 한국인의 거리를 두는 기준이 너무 달라서 잠깐 나갈 때마다 마음속으로 악을 쓰고 돌아온다.
또래들아, 나보고 식혜냐 행동지침에 환기 얘기도 있는 것 같은데 막상 밖에 나가보니 추워서 그런지 아무도 환기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너무 무섭다.
유흥업소를 잃는 소식은 들었는데, 에어로빅? 짱구 교실? 펍을 잃을 수 없는 영국인들을 욕할 때가 아니었다.
영국에서는 버스의 최대 탑승인원을 제한하고 창문도 열어둔 채 창가 자리에 한 명씩만 앉아 있는 것에 불안을 느끼며 탔지만 여전히 출근길 광역버스는 창문이 열리지 않은 채 옆에 모르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꽉 차 있으니 무서워서 탈 수가 없다.
차츰 익숙해지겠지만 지금 내 눈에는 한국 사회의 해이가 너무 무섭다.
“멀리 있어서 몰랐던 K-방역의 실체를 본 기분?” ; 역시 저는 한국사회와는 잘 맞지 않는군요…(영국사회와도 잘 맞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