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 장소에 공동묘지가 있으면 철저히 조사해 이장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시대에는 신원 미상의 묘가 많았기 때문에 임의로 시신을 처리하거나 심지어 잘못해서 시신을 꺼내지 않고 그 위에 집을 짓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살고 있는 집이 공동묘지였다는 것도 두렵지만 만약 그곳에서 시신까지 나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1970년 신고자 이명희 씨는 회사 주변의 마음에 쏙 드는 독신방을 구하게 된다.
비록 넓지는 않았지만 집이 너무 깨끗했기 때문에 두 번 생각지 않고 바로 계약하게 된다.
이사 당일 짐 정리를 마친 명희 씨는 방 한가운데 이불을 깔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 눈을 뜬 곳은 차가운 부엌 시멘트 바닥이었다.
그녀는 어제 이사 때문에 무리한 것이 아닌가 싶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음날도 똑같이 차가운 부엌 시멘트 바닥에서 잠을 잤다.
그 증상은 일주일 내내 극심한 피로와 근육통에 시달렸다.
어느 날 명희 씨는 자신의 이상한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 자지 않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오전 2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방 한가운데 서서 문지방을 넘어 부엌으로 걸어갔다.
이는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잡고 흔드는 것처럼 몸이 강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부엌으로 들어온 명희 씨는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참을 서 있던 그는 오전 4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굳었던 몸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결국 친한 직장 동료와 대화를 나누던 명희 씨는 베개 밑에 칼을 두고 자면 귀신이 도망간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날 밤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엌칼을 가져와 머리 밑에 묻기 시작했다.
새벽 2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그의 귀에는 칼로 방바닥을 긁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둘러 일어나 앉으려 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대신 누군가가 나를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으로 부엌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부엌에 들어서는 순간 잠이 든 명희 씨는 새벽에 깨어나면서 아주 희한한 광경을 보게 된다.
자기 방 한가운데서 한 여자가 등을 돌린 채 중얼거리며 미친 듯이 방바닥을 긁고 있었던 것이다.
바닥에 피가 배도록 방바닥을 긁던 이 여성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명희 씨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견디기 어려운 공포를 느낀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도움을 청하고 자초지종을 들은 어머니는 달려가 딸과 함께 집주인을 만난다.
명희 양의 어머니는 집주인에게 당장 바닥을 파자고 제안했지만 영문 모를 집주인은 이를 단호히 거절한다.
하지만 그동안 명희 씨가 겪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집주인은 생각에 잠겼고 곧 사람을 불러 방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갑자기 방 안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방안을 기웃거리던 명희 양은 그 자리에서 어안이 벙벙하다.
왜냐하면 그가 늘 잠들어 있던 방바닥에서 썩지도 않은 미라 모양의 여자 시신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원래 명희 씨의 방은 공동묘지가 있던 곳으로 수많은 무덤을 모두 옮겨 집을 지은 곳이었다.
그러나 미쳐 옮기지 못한 시신 한 구가 그의 방 밑에 매장돼 있으며 지금까지 명희 씨는 누군가의 무덤에 누워 지내며 유령이라고 한다.
그동안 귀신은 자신의 무덤 위에 누워 있는 명희 씨를 강제로 쫓아내기 위해 그렇게 밤마다 나타나 그녀를 괴롭히고 무섭게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