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지방세 압류, 은행 근저당 3건 모두 말소 조건으로 전세 계약 몇 달 전 전세 매물을 하나 접수했다.
집 상태도 너무 좋고 시스템 에어컨, 옵션 등이 잘 갖춰진 집인데 대출도 없고 가격도 적당해 쾌재를 부른 차… 등기부등본을 따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갑구에 세무서, 시청 압류가 각각 정해져 있었고 을구에는 근저당이 3건이나 있었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들을 모두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잔금일에 전세보증금을 받으면 전액 상환 후 말소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선순위 대출이 없는 조건의 집이 맞긴 하다.
갑구 압류 때문에 집을 소개할 때 조금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이 모든 과정을 잘 이해하고 전세 계약을 하겠다는 손님이 나타났다.
고객은 계약금으로 압류에서 해제해달라고 했지만 압류 금액이 계약금보다 커 부득이하게 잔금일에 모두 상환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진행됐다.
잔금일에 이사까지 들고 나와야 하고, 또 이사하는 집주인은 이사갈 집의 잔금까지 해야 해서 어디선가 걸려 넘어지면 큰일 날 거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잔금일…
관리비를 정산하고 잔금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집주인이 약속시간보다 일찍 사무실에 오셨다.
그리고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한 일이 생겼다고 말을 꺼냈다.
자금사정에 차질이 생겨 근저당 말소 한 건은 좀 미루면 안 되겠냐고…들어오는 세입자가 은행 대출을 안 받으니까 좀 이해해주실 것 같아서 나중에 세입자가 오면 직접 한번 물어보겠다고 했다.
세상에 못할 일은 없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부탁은 세입자가 오면 해보기로 했고 일단 압류 금액부터 정확히 알아둬야 했다.
국세압류는 세무서에, 지방세 압류는 시청에 각각 전화해 오늘 상환 예정이니 오늘까지의 정확한 세액을 팩스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고지서 2건이 팩스로 바로 전송돼 왔다.
그리고 그때 마침 세입자도 도착했다.
세입자와 함께 우선 집 상태를 체크하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 본격적인 잔금을 시작했다.
© 퀴모노, 출처 픽사베이에서 먼저 압류를 해제하기 위해 세입자에게 각각의 고지서에 찍힌 금액을 즉시 세무서와 시청 계좌로 송금해달라고 부탁했다.
입금자 이름은 임대인 이름으로. 세금이 10원 단위까지 나오면서 잔금도 십원 단위로 남게 됐다.
세무서와 시청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입금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고 압류등기 말소를 진행하겠다는 확인서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양쪽에서 확인서를 팩스로 전송받았고, 이 건은 클리어…
겨우 근저당 말소가 남았다.
그리고 이때 임대인이 힘들게 그 얘기를 꺼냈는데… 하지만 예상대로 임차인은 그 부탁을 단번에 거절했다.
그러게 그게 맞지.그런데 세입자는 이사할 집의 잔금이 부족한 것 같았다.
이 일이 어떻게 끝날지… 괜히 걱정부터 먼저… 하지만 일단 근저당 말소부터 진행했어야 했다.
앞으로는 임차인이 남은 잔금을 임대인에게 송금하고 임대인은 은행 계좌로 대출을 상환하고 등기말소만 접수하면 된다.
그런데… 언제든지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 임대인은 은행 송금 한도가 적어서 은행에 가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아, 요즘 은행에 가서 잔금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 그걸 해야 하는구나.임차인이 입금해주면 임대인이 은행에 가서 처리하면 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항상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결국 임대인, 임차인, 사장이 모두 은행으로 출발했다.
© Tumisu, 출처 Pixabay
은행에서 일단 임차인이 잔금을 임대인에게 송금하고 임대인은 즉시 은행 창구에서 대출 상환을 했다.
그리고 등기말소접수(말소비 소요)를 하고 모두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클리어… 된 것 같았는데 등기말소접수 영수증을 받지 않아 은행에 다시 전화해 다그친 뒤 근저당등기말소접수 영수증을 팩스로 보내줘서야 비로소 클리어 됐다.
사무실로 돌아가 관리비 정산까지 완료. 다행히 임대인은 지인에게 자금을 융통해 이사할 집의 잔금을 어떻게든 치렀다고 했다.
임대인은 가서 임차인에게 오늘 중으로 전입신고를 꼭 하라고 했고, 온갖 서류를 준비해 설명한 뒤 잔금이 모두 끝났다.
잔금내역서 잔금영수증 중개수수료 현금영수증 등기부등본 세무서 시청에서 보내온 확인서 은행에서 받은 등기말소접수증
등기부등본상 압류, 근저당에 붉은 선이 그어져 말소등기가 완료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완료된 등기부등본을 떼서 임차인에게 넘기기 전까지는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가 할 일은 다 끝났다.
사장은 눈이 어지러워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매매한 3건은 한 것 같네, 그렇지?
늦은 점심으로 허기를 채우자 오후 3시가 넘었다.
돈이 숫자인지 숫자가 돈인지… 사장님이 내려주신 진한 아이스믹스 커피가 달콤했다.
© jckbck, 출처 Unsplash
#전세잔금 #압류된집전세 #대출없는전세